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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원 주요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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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 5. 31.자 민사] 대학교 내에서 성희롱 행위를 한 가해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음에도 ‘공개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한 징계는, 고등교육법 및 관련 상벌규정에 근거가 없어 법률과 학칙에 위반되고, 또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그 징계권의 발동이나 양정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한 사례
작성자 서울고등법원 작성일 2019.06.04 조회 29710
첨부파일 서울고등법원_2018나2068422.pdf  
 

●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5. 31. 선고 2018나2068422 판결(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 주심 서삼희 고법판사)

 

●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 △△대학교 14학번인 원고는 유일한 여자 동기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3년여 동안 성적 수치심을 느낄 발언을 반복했다는 이유로 2017년 위 학교로부터 200시간의 봉사명령과 공개 사과문 게재 징계를 받음.

- 이에 대해 원고가 징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함. 1심 재판부는 징계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성희롱적 발언이었다고 인정되고, 징계의 수준도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

- 이에 원고가 항소를 제기함. 항소심에서는 위 징계 중 공개사과명령은 학교의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므로 무효라고 판시하며 1심 판결을 취소함.

 

● 판결 요지

 

▪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이 교육적 재량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누2144 판결 참조), 학생에 대한 징계권의 발동이나 징계의 양정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위법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 이 사건 징계처분 중 공개사과명령은 아래 열거한 것과 같은 이유로 법령상 피고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므로 무효이다. 그리고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이 무효인 이상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전부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피고에게는 징계 양정에 관하여 재량권이 인정되므로, 법원으로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무효인지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 법원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을 초과한 부분만의 일부무효를 선언할 수는 없고, 피고로 하여금 징계재량권을 다시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바, 피고가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그 부분이 없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의 나머지 부분인 봉사명령 200시간의 징계처분만 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① 고등교육법 제13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면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징계의 종류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상벌규정 제5조는 학생에 대한 징계의 종류를 7일 이상 1월 미만의 근신, 1월 이상 3월 이하의 유기정학, 3월 초과의 무기정학 및 퇴학으로 구분하면서, 개전의 정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봉사명령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을 징계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상벌규정은 징계의 종류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 중 고등교육법 및 이 사건 상벌규정에 근거가 없는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은 법률과 학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한편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제20조 제4호, 제21조 제3항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징계가 의결된 가해자에 대하여 ‘비공개 사과문, 반성문 및 각서’의 조치를 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조치에 관한 규정일 뿐, 고등교육법 및 학칙에 따라 학교의 장이 행하는 징계의 근거규정이 아니고, 설령 위 규정이 징계처분의 근거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공개가 아닌 공개사과문 게재는 위 규정에도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위 규정이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만약 위 규정에 따른 조치에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과 같은 징계처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면, 위 규정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이에 기한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도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1호, 제4항은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요청이 있거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가 긴급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가해학생에 대하여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법률 조항이 서면사과를 명령 또는 강제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위 법률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내외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에 적용되는 것이어서(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이 사건 징계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② 헌법상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 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관련 법규범 또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2018. 9. 13. 선고 2017두38560 판결 등 참조).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의 양심이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 4. 1. 선고 89헌마160 결정). 그런데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은 비행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피징계자에게 비행을 자인할 것을 강요하고(따라서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고, 공개사과문이 민․형사소송에서 비행을 부인하는 피징계자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음),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아니한 윤리적․도의적 판단을 외부에 표시할 것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침묵의 자유의 파생인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되는 것이며, 따라서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비록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인 피징계자자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한 교육적 목적에 기한 것으로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피징계자의 양심의 왜곡․굴절 내지 이중인격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고,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이 아니더라도 피징계자가 징계를 받았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피징계자의 양심의 자유를 덜 제한하면서도 피징계자에 대한 반성의 촉구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므로,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믿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반성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할 뜻이 전혀 없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개사과명령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학생에 대한 징계의 요건 및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제13조 제1항 소정의 ‘교육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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